남대문 안경엔 ‘시력·패션·인상’ 숨쉽니다
[기획탐방=돈되는 상권]-<98>남대문 안경상가…재래시장서 150여 점포 성업
서울 중구 회현동 일대에 위치한 남대문 시장은 6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이다. 1만 여개의 상점들이 의류·청과·식품·잡화 등 1700여가지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남대문 시장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40만 명이며, 하루 외국인 고객출입수가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의 점포는 대부분 소규모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유통구조를 갖는 탓에 가격이 저렴하고, 도매와 소매가 함께 이뤄져 전국 중간도매상 및 소매상들이 들어서 있다. 남대문 시장에 위치한 주요 상가는 액세서리·의류·잡화·안경 등 제각각 특성화된 물건을 생산·판매한다.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고 있는 만큼 남대문 시장을 수식하는 문구들도 여러 가지다. 이중 하나는 ‘안경의 메카, 남대문시장’ 이다. 과거에 비해 상권은 퇴색했지만 여전히 이곳에서는 안경점 150여 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대문을 중심으로 반경 500m내에 도매업체, 제조 및 유통업체, 광학기기업체 등이 분포돼 안경 유통의 중심지로도 불린다. 한때 안경점의 점포수가 250~300개를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으나 현재는 150여개로 줄어들면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이에 안경점들은 불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통합운영 방식을 도입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래시장 남대문시장에는 거친 삶 속 사이사이로 자리잡은 안경점들이 ‘시력도, 패션도, 인상도’ 만들어 내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보였다. 스카이데일리가 다양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안경의 메카로 불리는 ‘남대문 안경상가’를 다녀왔다.
▲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출구로 나오면 남대문 시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5번출구는 Gate 5이고 시장길을 따라 내려가면 Gate 2가 나온다. 남대문 시장에는 안경점이 150여곳이 있으며 ‘안경의 중심지’로 불린다. 위 지도는 남대문 시장에 위치한 안경점 및 상가 위치도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오면 ‘Gate 5라’고 쓰인 표지판이 보이는데, ‘Gate 5’에서 ‘Gate 2’까지의 구간이 ‘남대문 안경상가’의 중심지다.
패션안경 진열대를 상점 앞에 전시해 놓은 안경점,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하고자 외국어로 된 현수막을 내건 안경점, ‘노안안경’ 간판을 내세워 노인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안경백화점까지 각양각색의 안경점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남대문 안경상가는 제조 및 유통업체들이 자리 잡고 도·소매 상점들이 입점하면서 형성됐다. 이곳의 안경 유통량은 전국 안경 유통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남대문은 안경의 제조·판매뿐만 아니라 유통의 본산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여개 달했던 점포 150여개로 감소…젊은층 및 외국인 관광객 수요 줄어
남대문 안경상가는 현재 침체기다. 90년대까지만 해도 200여개의 안경점들이 성업을 이뤘으나 문을 닫는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150여개 점포로 감소했다.
남대문 시장에서 37년 동안 안경점을 운영해 왔다는 ‘남도안경’ 대표는 “한때 250~300여개 점포가 장사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격세지감을 표현했다. 이어 “고객은 주로 연령대가 높은 노인분들이고, 젊은 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남도안경(위사진)’의 간판은 안경의 종류와 디자인 등 고객의 취향이 중요해진 것을 반영한 듯 세련된 모습이었다. ‘보람안경(아래사진)’은 일본 관광객을 겨냥해 일본어로 된 현수막을 걸었다. 또 상점 앞에는 패션안경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어린이를 위한 패션안경들을 진열했다. ⓒ스카이데일리
‘Gate 2’ 입구 부근에 위치한 ‘보람안경’은 일본어로 된 현수막을 내걸었고, 가게 앞에는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한 패션안경 진열대를 배치해 놓고 있었다. ‘보람안경’ 대표는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지만 그 수가 많이 줄었고, 안경을 사기보다는 아이쇼핑을 하는 추세”라며 “특히 과거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일본인 관광객을 요새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부분 안경점들은 보통 2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었고, 규모가 비교적 큰 안경점들은 직원 수가 4~5명에 달했다. 안경을 맞추러 온 고객들이 가격과 디자인을 비교하기 위해 여러 곳을 둘러보기 때문에 호객 행위가 필수일 정도로 안경점들 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남대문 안경상가의 경쟁이 심화된 데에는 가격변동은 없고 인건비는 올라가는 상황에서 중국 저가 제품이 많이 들어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전언이다. 또 안경을 구입할 때 질보다는 가격과 디자인을 따지는 손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람안경’ 대표는 “안경가격은 20년 전과 변동이 없는데 안경점들이 밀집돼있다 보니 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연예인이 썼던 안경스타일이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 취향이 중요해졌고, 패션 안경을 구입하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안경점이 줄어든 요인 중에는 라식·라섹 수술의 영향도 있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감소하면서 라식·라섹 수술이 유행처럼 번졌고, 안경을 구입하는 젊은 층의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도매상가, 16만원짜리 안경을 4만5000원에 구입…타 지역서 10만원
▲ ‘세계로 안경·콘택트 타운’ 내부에는 ‘SALE’을 말하는 표시가 많았다. 안경점 관계자는 “남대문 안경시장은 안경 유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세계로 안경·콘택트 타운’ 입구 모습(위 사진)과 ‘세계로 안경·콘택트 타운’ 내부 전경 ⓒ스카이데일리
안경점들의 가격대는 ‘대한안경사협회’에서 조정한다. 남대문 안경상가 또한 협회 내 서울시지부 남대문 중구담당팀에서 가격 조정을 거친 후 상점들의 가격 시세가 결정된다. 그러나 안경점들마다 눈치껏 세일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약간의 가격차는 존재하고 있다.
‘Gate 5’ 입구 부근에 위치한 ‘세계로 안경·콘택트 타운’ 관계자는 “신소재 테로 만들어진 16만원 짜리 안경의 경우 안경상가 내에서 세일을 하면 보통 7~8만원에 판매된다”며 “다른 지역 소매점에서는 정가와 거의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에 이곳까지 찾아오는 손님들도 상당수다”고 말했다
안경의 가격대는 테의 종류와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뿔테의 경우 1만5000원~7만5000원 선이었고, 금속 테의 경우 7~15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지하 1층 ‘고려안경 도매상가’에 있는 안경점들은 여타 상점들보다 좀 더 세일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상가 안 일부 가게에서는 신소재 ‘울템’으로 만들어진 16만원 짜리 안경을 렌즈 값을 제외하고 테 가격으로만 4만5000원까지 세일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 안경은 타 지역 소매점에서 10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침체에 접어든 안경상가, 프랜차이즈와 A/S 서비스 등 돌파구 찾아
남대문 안경상가의 몇몇 상점들은 안경수요가 줄어들면서 침체기를 겪자 인지도 면에서 유리한 프랜차이즈 체인점 형태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 고려안경도매상가의 ‘아이패밀리’는 안경시장이 침체기를 겪자 40~50년된 안경점 3곳을 통합해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고 있다. 또 ‘글라스 박스’는 체인점 형태로 침체된 안경시장에 맞서고 있다. 고려안경도매상가 내부 모습(위 사진)과 ‘글라스 박스’ 외부 전경 ⓒ스카이데일리
프랜차이즈 체인점인 ‘글라스 박스’는 ‘신한안경’을 인수해 이름을 바꾸고 가게 문을 연지 2개월 됐다. ‘글라스 박스’ 전국에 72곳의 체인점이 운영되고 있고, 안경체인본부 대표이사는 가수 유리상자의 ‘이세준’씨다. 남대문 ‘글라스 박스’ 사장은 “안경시장의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조금이라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체인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Gate 2’ 인근에 위치한 ‘남일수입종합상가’ 1층의 ‘그랑프리 안경원’도 프랜차이즈 체인점이다. ‘그랑프리 안경원’ 역시 전국에 61개 체인점이 퍼져있다.
‘고려안경 도매상가’에 입점해 있는 ‘아이패밀리’의 경우 안경점 3곳을 통합해 규모를 키웠다. 4~50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경일안경’, ‘밝은안경’, ‘도운안경’ 등 3곳이 힘을 모아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또 이곳은 공장 직거래 안경 프랜차이즈이기도 하다.
‘아이패밀리’ 관계자는 “이곳에서 유통업이 다 이뤄지고 있어 소매점들도 물건을 떼 간다”면서 “지상의 안경점들보다 대체적으로 가격이 싸다”고 말했다.
‘세계로 안경·콘택트 타운’ 관계자는 안경시장 경기 회복을 위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안경시장에서 취급하던 선글라스를 공산품이라는 이유로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에 뺏겼다”며 “선글라스도 공산품이 아닌 의료용구로 전환해야 안경산업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안에 위치한 ‘현대부동산’ 관계자는 “시장 내 점포 10평 기준으로 보증금은 1~2억원, 임대료는 600만원~800만원이다”며 “권리금은 위치에 따라 다양한데 없는 곳도 있는 반면 목이 좋은 곳은 최고 3~4억원까지 한다”고 말했다.